금요일 오후, 평소보다 두어 시간 일찍 퇴근했다. 아직 연차가 많이 남아있으니 몇 시간 쓰는 건 뭐... ㅋㅋ

퇴근하고 곧장 멀티플렉스 극장으로 갔다.

요즘은 가끔 영화 보러 그 곳에 간다.  가장 큰 이유는 우선 상영하는 영화가 많고, 내게 아직 꽤 남아있는 무료관람권을 쓰기 위해서...

다른 예술영화 상영관도 좋긴 한데, 거긴 또 관람권이 적용 안 돼서 못 쓰고... -_-;;




보고 싶었던 영화가 몇 개 있었는데 고민하다가 선택한 건 <피의 연대기>.

<Paterson>을 한 번 더 볼까도 고민했지만 (정말 좋았다!) 끝나는 시간이 애매했고, 막상 영화 보기 귀찮아지기도 해서...

끝나는 시간도 나쁘지 않고 우선 상영시간 자체가 그렇게 길지 않은 걸로 고르다 보니, 그리고 후기도 나쁘지 않아 선택했다


아무래도 여성의 생리에 관련된 영화이다 보니, 그나마 소수의 관객 중 대부분이 여자였지만,

남친을 데려온 여자도 있었고, 그냥 혼자 보러 온 남자도 있었다.

중학교에 찾아가서 남녀합반에서 아이들에게 인터뷰도 하고, 탐폰 같은 생리대를 보여주기도 하고...

이 영화 감독(여성)은 본인의 외국인 친구들과 주위 친구들, 여대생과 여고생들, 엄마와 이모들, 외할머니까지 인터뷰하며

그들의 생리 경험이나 느낌, 사용하는 생리대라든가 여러 가지 대안으로 사용되는 것들;까지 보여주고 들려줬다.

최근에 조금씩 알려지며 사용되고 있는 생리컵까지.

(후반에는 뭔가 생리컵에 대한 긍정적인 내용으로 이어져서, 생리컵 홍보 영화 같은 느낌도 없진 않았다.)

인터뷰를 했던 사람들 중에, 그녀의 친구로 보이던 한 단발머리 여성이 나랑 좀 비슷했다.

빨리 폐경이나 왔으면 좋겠다고... ㅋㅋㅋ 뭔가 남 얘기 같지 않아서 웃었다.

(물론 진짜 폐경이 오면 그 때부터 또 건강이 안 좋아지고 갱년기라든가 여튼 그런 증상들이 올 테니 그런 건 안 좋겠지만)

생리혈이 묻어있는 옷을 보여주는 사진이나 생리혈을 표현한 그림 정도는 그런가 보다 하고 볼 수는 있는데,

생리컵에 담긴 생리혈까지 보여줄 줄은 몰랐기에, 여자인 내게도 조금은 충격이었다.

남자들은 어떻게 봤을런지 모르겠다.

나 같은 여자들도 몰랐던 점이 있었던 만큼, 정말 여성의 생리에 무지한 남자들이 보면 뭔가 교육상 도움이 될 것 같기도 하다.

청소년들에게는 일종의 성교육 자료 비슷하게...


대딩 때 몇몇 선배들이 "너는 생리대 뭐 쓰냐?" 조금만 예민하게 굴면 "그 날이냐?" 등 몰상식한(!) 말을 했던 기억이 나는데,

여성을 배려하는 게 아니라 뭔가 자기들끼리 낄낄거린다고 그러던 생각이 난다.

(학교 다닐 때의 내 인간관계는 넓기만 했지 얕아서, 나이 들면서 관계를 많이 정리했고

지금은 대학 사람들 거의 대부분과 연락하지 않고 지낸다 - 번호를 바꾸고 알리지 않았으니.

그나마 복수전공하면서 친했던 언니가 작년에 우리 회사로 전화해서 나를 찾아낸 덕분에;; 다시 연락이 되었지만...

확실히 지금까지 가깝게 지내는 친구들은 다 대학 이전의 여사친들이고,

남사친들은 20대 중후반 즈음부터 알게 된 미국인 친구들 - 어쩌다 보니 그들만 남아있네...)

나이를 먹으니 남자들과 그런 얘기를 할 일이 생기면 못 할 건 없을 것 같다.

하지만 어렸을 때는 그런 얘기는 여자들끼리만 했고, 남자들이 정말 이해하려고 노력 혹은 배려하는 마음이라도 있었다면 모를까...

여튼 시대가 많이 변한 것 같다. 아직 강산은 두 번도 채 변하지 않았는데.




참, 이 와중에 여기에도 잠깐이나마 뉴욕이 나와서 반가웠다.  The Bronx에 있는 예술고등학교랬던가 (정확히는 바이올린과 댄스?)...

학교나 노숙자 쉼터 같은 곳들의 화장실에도 생리대 등을 무상으로 제공하기로 했다며 De Blasio 시장이 단상(?)에서 말하는 장면도 나왔다.

이와는 반대로, 한국에서는 저소득층 여학생들이 생리대 가격이 너무 비싸서 신발 깔창을 생리대 대신 썼다는 안타까운 소식을 보여주고,

이를 해결하려고 노력하는 일부 정치인들의 모습도 나왔다. (물론 영화를 정치와 연결하려 한다고 느껴진 건 아니었지만.)


최근 1-2년 사이에 특정 브랜드의 생리대에서 발암물질이 검출되었다며 파동이 일었다.

덕분에 갑자기 빨아쓰는 면생리대가 인기를 끌다 못해 품귀 현상이 일었고,

한편으로는 외국에서 파는 모 생리대는 믿을 만하다며 직구를 하거나 심지어 여행을 가서 생리대를 쓸어오는 사람들 얘기까지 들렸다. -_-;

나도 오래 전에 면생리대를 사 둔 적이 있었는데 열심히 쓰진 않았다. 빠는 게 좀 귀찮기도 해서...

(처음에는 DIY로 만들어 보려고 한 두어개 샀다가 하나 만들고는 포기했고, 그냥 만들어진 생리대 구입;),

친구 중에 면생리대만 쓰는 친구가 있는데 (1회용은 그 친구 몸에 매우 안 맞고 안 좋은 듯?) 대단하다 싶었던 적이 있다.

어떻게 일일이 빨고 삶고 할까... (사실 나도 열심히 빨긴 했지만 그때그때 삶을 정도까지는... ;;;)

근데 어쩌다 보니 생리대 파동 덕분에 그 친구가 첨단을 달리는 셈이 되었다. ^^

아마 생리컵이 눈길을 끌고 더 많은 사람들이 사용하게 된 계기도 그 때가 아닌가 싶다.

난 아직은 면생리대와 1회용이지만 나름 유기농+순면이라는 (진짜일까...? ㅎㅎ) 생리대를 번갈아 사용하는데,

면생리대를 잘 관리하고 빨아쓰고 하는 걸 좀 더 생활화해 볼까 싶기도 하다.  내 몸을 위해서.

한동안 그 파동 덕분에 면생리대도 구하기 힘들 정도였는데, 요즘은 어떠려나...

내가 샀던 때에 비해 예쁘게 나온 게 많던데, 한편으로는 비싼 것 같기도 하고... 좀 찾아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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