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기대 없이 봤는데 너무 괜찮은 영화였다.
개인적으로 아무리 나이를 먹었어도 R-rated (미성년자 관람불가) 영화를 선호하지는 않는데,
동성애가 담겨있긴 하지만 괜찮았다.  물론 퀴어 영화들도 좀 봤었다.  일부러 찾아본다기보다는 영화가 좋으면 본다.
20대 때 미국판으로 나온 <Queer as Folk>인가 그건 처음 케이블에서 봤을 때, 아무리 모자이크 해도 충격이었는데....  어린 나이에... ;;

여튼 이 영화를 볼 때는 그런 장면은 크게 신경쓰지 않으려 하는 편이다.  두 사람 사이의 감정적인 묘사라든가 그런 게 훨씬 와닿았다.
동성애자가 아니어도 충분히 느껴질 수 있는, 공감의 감정들이 밀려들어왔다.
게다가 사운드트랙도 너무 괜찮았다.  약간은 몽롱한 느낌이 나긴 했는데 (뭔가 프랑스스러운...  찾아보니 라벨이나 사티도 있었고;;)
마지막 장면, 주인공 소년(?)의 눈물이 너무나도 이해되고 같이 울어야 할 것 같은 느낌이었달까.

언제부터인가 일반적이지 않은 것처럼 보이는 이런 사랑 얘기에도 공감하며 보고 있으니 나도 나이를 먹었구나 싶다.
사실 영화를 보면 동성 연인이나, 적지 않은 나이차의 연인, 몸이나 마음이 아픈 연인 등
주위에서 보는 일반적인 사랑(현재 내 주위엔 별로 없지만 그냥 적령기에 결혼해서 애 낳고 사는 평범한 부부들?)이 아닌
비현실적이거나 비밀스러울 수 밖에 없는, 드러내기 어려운 이런 사랑 이야기도 이해하며 보게 된다.
동성애를 다룬 영화도 호모포비아를 걷어내고 이성 간의 사랑 이야기라 생각하면서 본다면 좀 더 공감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물론 난 이해하면서 본다고는 하지만 솔직히 베드신 같은 건 편하게 보지는 못한다... ;;;

하지만 그들이 느끼는 감정적인 것들은, 정말로 잘 이해할 수 있다.


친구와 이 영화를 보기 전에, 우리가 뭘 볼까 생각해 둔 영화가 3개였는데, 그 중에 시간이 맞아 본 게 아마 이 영화였던 것 같다.

결과적으로는 좋은 선택이었다.

만약 조만간 영화를 볼 기회가 생긴다면, 나머지 두 영화 중에 선택하기보다는 이 영화를 다시 보는 걸 선택하고 싶을 정도?

집으로 돌아와서도 여운이 남아있었고, 그 와중에 OST 음반과 원서;;를 주문했다.

(진짜 원서를 읽을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싼값에 팔길래 넘어감 ㅋㅋ)

오디오북도 조금 고민되던 게, Oliver 역을 맡은 Armie Hammer가 낭독했다 하길래 - 어쩐지 맛보기로 들어보니 익숙한 느낌의 목소리더만.

아, 그리고 한 가지 놀라운 거...  극중 두 남자의 나이는...  17살과 24살.  그들의 실제 나이는 한국 기준으로 24살과 33살.

Armie Hammer가 24살로 나오는 게 어울리지 않았고, 실제 나이가 33살밖에 안 된다는 것도 놀랍다.  (나보다 어리다니;;)

솔직히 난 두 사람 나이차이가 많이 나는 걸로 나온 줄 알았고, 한 40대로 나오나 했다. ㅋㅋㅋ


'Day In, Day Out > Film' 카테고리의 다른 글

Call Me By Your Name  (0) 2018.04.02
피의 연대기  (0) 2018.01.29

금요일 오후, 평소보다 두어 시간 일찍 퇴근했다. 아직 연차가 많이 남아있으니 몇 시간 쓰는 건 뭐... ㅋㅋ

퇴근하고 곧장 멀티플렉스 극장으로 갔다.

요즘은 가끔 영화 보러 그 곳에 간다.  가장 큰 이유는 우선 상영하는 영화가 많고, 내게 아직 꽤 남아있는 무료관람권을 쓰기 위해서...

다른 예술영화 상영관도 좋긴 한데, 거긴 또 관람권이 적용 안 돼서 못 쓰고... -_-;;




보고 싶었던 영화가 몇 개 있었는데 고민하다가 선택한 건 <피의 연대기>.

<Paterson>을 한 번 더 볼까도 고민했지만 (정말 좋았다!) 끝나는 시간이 애매했고, 막상 영화 보기 귀찮아지기도 해서...

끝나는 시간도 나쁘지 않고 우선 상영시간 자체가 그렇게 길지 않은 걸로 고르다 보니, 그리고 후기도 나쁘지 않아 선택했다


아무래도 여성의 생리에 관련된 영화이다 보니, 그나마 소수의 관객 중 대부분이 여자였지만,

남친을 데려온 여자도 있었고, 그냥 혼자 보러 온 남자도 있었다.

중학교에 찾아가서 남녀합반에서 아이들에게 인터뷰도 하고, 탐폰 같은 생리대를 보여주기도 하고...

이 영화 감독(여성)은 본인의 외국인 친구들과 주위 친구들, 여대생과 여고생들, 엄마와 이모들, 외할머니까지 인터뷰하며

그들의 생리 경험이나 느낌, 사용하는 생리대라든가 여러 가지 대안으로 사용되는 것들;까지 보여주고 들려줬다.

최근에 조금씩 알려지며 사용되고 있는 생리컵까지.

(후반에는 뭔가 생리컵에 대한 긍정적인 내용으로 이어져서, 생리컵 홍보 영화 같은 느낌도 없진 않았다.)

인터뷰를 했던 사람들 중에, 그녀의 친구로 보이던 한 단발머리 여성이 나랑 좀 비슷했다.

빨리 폐경이나 왔으면 좋겠다고... ㅋㅋㅋ 뭔가 남 얘기 같지 않아서 웃었다.

(물론 진짜 폐경이 오면 그 때부터 또 건강이 안 좋아지고 갱년기라든가 여튼 그런 증상들이 올 테니 그런 건 안 좋겠지만)

생리혈이 묻어있는 옷을 보여주는 사진이나 생리혈을 표현한 그림 정도는 그런가 보다 하고 볼 수는 있는데,

생리컵에 담긴 생리혈까지 보여줄 줄은 몰랐기에, 여자인 내게도 조금은 충격이었다.

남자들은 어떻게 봤을런지 모르겠다.

나 같은 여자들도 몰랐던 점이 있었던 만큼, 정말 여성의 생리에 무지한 남자들이 보면 뭔가 교육상 도움이 될 것 같기도 하다.

청소년들에게는 일종의 성교육 자료 비슷하게...


대딩 때 몇몇 선배들이 "너는 생리대 뭐 쓰냐?" 조금만 예민하게 굴면 "그 날이냐?" 등 몰상식한(!) 말을 했던 기억이 나는데,

여성을 배려하는 게 아니라 뭔가 자기들끼리 낄낄거린다고 그러던 생각이 난다.

(학교 다닐 때의 내 인간관계는 넓기만 했지 얕아서, 나이 들면서 관계를 많이 정리했고

지금은 대학 사람들 거의 대부분과 연락하지 않고 지낸다 - 번호를 바꾸고 알리지 않았으니.

그나마 복수전공하면서 친했던 언니가 작년에 우리 회사로 전화해서 나를 찾아낸 덕분에;; 다시 연락이 되었지만...

확실히 지금까지 가깝게 지내는 친구들은 다 대학 이전의 여사친들이고,

남사친들은 20대 중후반 즈음부터 알게 된 미국인 친구들 - 어쩌다 보니 그들만 남아있네...)

나이를 먹으니 남자들과 그런 얘기를 할 일이 생기면 못 할 건 없을 것 같다.

하지만 어렸을 때는 그런 얘기는 여자들끼리만 했고, 남자들이 정말 이해하려고 노력 혹은 배려하는 마음이라도 있었다면 모를까...

여튼 시대가 많이 변한 것 같다. 아직 강산은 두 번도 채 변하지 않았는데.




참, 이 와중에 여기에도 잠깐이나마 뉴욕이 나와서 반가웠다.  The Bronx에 있는 예술고등학교랬던가 (정확히는 바이올린과 댄스?)...

학교나 노숙자 쉼터 같은 곳들의 화장실에도 생리대 등을 무상으로 제공하기로 했다며 De Blasio 시장이 단상(?)에서 말하는 장면도 나왔다.

이와는 반대로, 한국에서는 저소득층 여학생들이 생리대 가격이 너무 비싸서 신발 깔창을 생리대 대신 썼다는 안타까운 소식을 보여주고,

이를 해결하려고 노력하는 일부 정치인들의 모습도 나왔다. (물론 영화를 정치와 연결하려 한다고 느껴진 건 아니었지만.)


최근 1-2년 사이에 특정 브랜드의 생리대에서 발암물질이 검출되었다며 파동이 일었다.

덕분에 갑자기 빨아쓰는 면생리대가 인기를 끌다 못해 품귀 현상이 일었고,

한편으로는 외국에서 파는 모 생리대는 믿을 만하다며 직구를 하거나 심지어 여행을 가서 생리대를 쓸어오는 사람들 얘기까지 들렸다. -_-;

나도 오래 전에 면생리대를 사 둔 적이 있었는데 열심히 쓰진 않았다. 빠는 게 좀 귀찮기도 해서...

(처음에는 DIY로 만들어 보려고 한 두어개 샀다가 하나 만들고는 포기했고, 그냥 만들어진 생리대 구입;),

친구 중에 면생리대만 쓰는 친구가 있는데 (1회용은 그 친구 몸에 매우 안 맞고 안 좋은 듯?) 대단하다 싶었던 적이 있다.

어떻게 일일이 빨고 삶고 할까... (사실 나도 열심히 빨긴 했지만 그때그때 삶을 정도까지는... ;;;)

근데 어쩌다 보니 생리대 파동 덕분에 그 친구가 첨단을 달리는 셈이 되었다. ^^

아마 생리컵이 눈길을 끌고 더 많은 사람들이 사용하게 된 계기도 그 때가 아닌가 싶다.

난 아직은 면생리대와 1회용이지만 나름 유기농+순면이라는 (진짜일까...? ㅎㅎ) 생리대를 번갈아 사용하는데,

면생리대를 잘 관리하고 빨아쓰고 하는 걸 좀 더 생활화해 볼까 싶기도 하다.  내 몸을 위해서.

한동안 그 파동 덕분에 면생리대도 구하기 힘들 정도였는데, 요즘은 어떠려나...

내가 샀던 때에 비해 예쁘게 나온 게 많던데, 한편으로는 비싼 것 같기도 하고... 좀 찾아봐야겠다.

'Day In, Day Out > Film' 카테고리의 다른 글

Call Me By Your Name  (0) 2018.04.02
피의 연대기  (0) 2018.01.29

+ Recent posts

티스토리 툴바